보면서

올림픽 연아경기를 돌아보며...

@17茶 2010. 3. 23. 16:59

이쯤에서 올림픽과 피겨 얘기를 다시 해보련다.
그간 하루에 몇 번씩 영상을 돌려보면서
그때의 감동을 느끼고 살았는데
슬슬 하고 싶은 얘기가 생긴다.

연아양을 남들보다 빨리 안 건 아니고,
주니어 그랑프리 우승을 해서 우리나라 매스컴이 난리칠때부터였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기본으로 하루에 최소 5번 정도는
동영상을 돌려보고 있다.
우리나라 해설만 보면 재미가 없으니,
외국영상도 같이 보고 있다.

올림픽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세계 각국의 중계영상을 보고 있는데
이번 올림픽의 SP 영상 중,
일본중계영상은 참 정이 안 간다.

이유인즉슨,
작년 GPF 때 연아가 SP에서 처음으로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은 걸 기회로
그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일본의 얕은 속내가 그대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연아의 3-3을 칭찬하더니
그때 한 번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으니
이번 올림픽 때도 다운그레이를 받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선수의 기술적 완성도는 안중에도 없이
그 판정에 편승하려는 게 너무 치사해보였다.
(실제 연아는 두번째 점프를 꽉 채우다 못해 남기기까지 했는데도.)

이 속마음이 증명되는 것은,
이틀 후 FS에서는 다운그레이드의 '다'자도 얘길 안 꺼냈다는 점이다.
SP에서 그대로 넘어가니 FS에서도 시비를 안 걸 것 같은 분위기를 눈치챈 것이다.

자국의 응원과는 상관없이
해설은 객관적이어야 하는 게 의무이고,
그 객관적인 해설을 듣기 위해 사람들은 방송을 보는 것이다.
물론 이번 올림픽 이후에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해듣다보니
'객관적'하고는 거리가 먼 나라같기는 하다.



위에서 우리나라 중계방송도 보고 있다고 쓰긴 썼지만,
사실 우리나라 중계를 그다지 줄겨보진 않는다.
해설의 질하고는 상관없이
방송의 음향이 너무 안 좋기 때문이다.
(화질은 그냥 포기했기 때문에 패스)

언제부터인가 음악소리가 깨끗하게 들리지 않고
울려서 들리기 때문에 음악이 딜레이가 되어
선수의 연기와 타이밍이 맞지 않고 있다.
처음엔 경기장 내의 음향시스템의 문제라 생각하고
다른 나라 중계방송도 그러려니 했는데
찾아보니까 그게 아니더라.
다른 나라는 멀쩡했는데 우리나라 방송에만 소리가 그따위로 들리는 것이었다.

올림픽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연아양 SP 때 소리와 안무가 안 맞아 너무 안타까워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 점수에 솔직히 놀랐었다.
아니? 저렇게 음악이랑 안무가 안 맞았는데도 저 점수야? 하고.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 가서 외국중계를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뭐야? SBS 그 음향에 내가 또 속아넘어간 거야? 하면서 분노했었지;

전에는 남자싱글의 메달리스트 경기를 보여주는데(올림픽 말고)
음악소리가 거의 안 들리다시피 해서
도대체 이걸 중계라고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올림픽 때도
주변 스태프들의 웅성거림이 (한국어) 다 들려서
꽤나 시끄러웠던 적도 있었고...

어쨌든 SBS의 스포츠경기중계능력은 수준이하이긴 하다.

그와 별개로,
피겨종목의 캐스터와 아나운서의 능력 문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난 두 분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월드에서 방상아 위원이 연아 경기를 중계하면서
'어쩌면 저렇게 부드러울 수 있나요'하고 감탄하자
배기완 캐스터가 '김연아니까요'라고 말한 게
꽤나 시끄러웠다.
느끼하다고 했던가.
그러나 그 발언이 만약 외국중계자의 입에서 나왔다면,
그때도 과연 느끼하게 중계한다고 욕했을까?
아마 극찬한다고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작년 그랑프리 시리즈부터
연아가 나오지 않는 다른 경기와 갈라쇼는
배기완 캐스터가 빠지고 다른 여자 캐스터가 중계를 하고 있는데
그분의 중계도 좋고
특히 여자 둘이서 중계하니까
여자들의 수다? 이런 느낌이 있어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아가 나오는 경기는 배기완 캐스터가 한다고 정해져 있는 것 같은데
그 여자분이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예전에 배기완 캐스터한테 좀 실망했던 게...
방상아 위원이 메이크업 얘기를 했었는데
'화장은 제가 잘 몰라서요'라고 하더라.
그때 좀 깨긴 깼다.
'뭐야 저런 무책임한 발언은' 하면서.

그런데 얼마 후 다른 경기에서 똑같은 말을 했었다.
'화장은 제가 몰라서요'
화장과 의상까지도 경기의 일부분일텐데도
여자들 영역이니까 난 몰라~ 이런 느낌?
모르면 차라리 맞장구를 치거나 가만히 있었으면 나았을텐데.


이번주에 연아양이 월드에 출전한다.
시즌 마지막 경기이며
어쩌면 선수생활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른다.
부디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라며
민정양과 함께 후회없는 경기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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