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푸켓 여행기 Ⅲ

@17茶 2006. 10. 17. 20:46

18日

오늘은 오전에 좀 쉬기로 했었다.
원래는 쿠킹스쿨을 가거나 타이전통마사지를 받으려고 계획했지만
리조트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시간을 만들기 위해 포기.

이상하게 눈이 일찍 떠져서 베란다에서 책을 읽고 있으려니
아침청소니 뭐니 해서 지나가는 직원들이 날 보며 웃으면서 아침인사를 한다.
굿 모닝~ 사왓디 카~ ^^

시간이 흐르고 혜준언니가 일어나 일단 아침식사를 하고
리조트를 산책하다 피트니스센터를 보게 됐다.
사실 이 리조트 내에서 간단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건 한국에서부터 알고 있었고
이렇게 직접 보니 마침 운동화도 사왔겠다,
운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치밀어 올랐다. ^^;
그동안 한국에서도 일주일에 5-6일은 운동을 하고 있던 참이라
여기 머무르면서 2-3일동안 운동 안하니까 내심 불안하기도 했었고..
그래서 나의 아디다스 운동화는 푸켓에서 첫 선을 보였다. ^^;
런닝머신을 이용하겠다고 하자 담당직원이 에어컨도 켜주었다.
신나게 운동을 하고 (운동을 하니 맘이 좀 편해지는 것 같았다)
방에 돌아와보니 혜준언니는 그새 또 자고 있었다;;;

흔들어 깨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물 진짜 맑다.
그러나 야외수영장이라는 점 때문에
물엔 은근히 떠다니는 죽은 날벌레들이 많았다.
모기라던지...

그치만 그거 신경쓰다간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 그냥 맘을 편히 가지고
물장난을 치기도 하고 wet bar에 가서 칵테일도 마시고...
그 몇 시간을 노는데 수영장에 사람이라곤 우리 둘밖에 없었다.
서양인 가족이 한 번 들어오기는 했는데 금세 없어지더라.
wet bar에서 예쁜 칵테일을 마시고 있으려니
혜준언니가 사진을 찍어야 한단다.
그래서 또 카메라를 갖고 와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뒷쪽에 있는 게 피나콜라다, 앞에 있는 게..뭐였지? -_-a



바텐더가 그러는데 내일 한국인 단체팀이 온단다.
여기를 한국여행사가 자기네 패키지 숙소로 계약했다더니 진짠가보다.
하긴 나 아는 동생도 8월에 패키지로 푸켓와서 여기서 묵었다고 했으니..
어쨌든 우리 떠나는 날 온다니 다행이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씻고 빠통으로 갈 채비를 했다.
저녁에 환타지쇼 예약을 해놨기 때문에 새참(^^;)을 빠통에서 먹기로 했었다.
택시를 불러 빠통의 반타이 리조트 앞까지 갔다.
여기가 푸켓의 관광객들이 집결하는 최대번화가란다.
역시나 별다방에서부터 하겐다즈, 왓슨즈 등등...없는 게 없다.

한가로워보인다


그러나 바로 앞에는 이런 번잡함이..






푸핫~


해변가를 걸으니 헤나를 한 번 해보라는 삐끼가 접근했다.
나도 헤나를 하고 싶었으나
경험자의 말로는 건조시키는데 시간이 엄청 든단다.
더 여유있을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헤나는 포기.
하릴없이 시내를 걸으면서 땡모빤도 사마시고 하다가 오션플라자에 들렀다.
가볍게 윈도우 쇼핑을 했지만 마음이 그랬는지 왠지 사고 싶은 게 없어
둘러보고만 말았다.
푸켓의 쇼핑센터 직원들은...(다음날 센탄에서도 그랬지만,)
그래도 명색이 대형쇼핑센터인데 손님이 들어갈때는 반갑게 인사하지만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가면 거들떠도 안 본다.
좀 기분나쁘다.
마치 우리나라 동대문 점원들 같이...

1층에 유명한 수언미수끼가 있길래 들어가 주문을 했다.
맛있다.
좀 먹고 있으려니 갑자기 혜준언니가 비명을 지른다.
식탁 위에 바퀴벌레가 나타난 것이다.
그래도 웬만하면 참고 먹으려고 했는데 이놈의 벌레가 언니쪽으로 빠른 속도로 접근.
결국 밥맛이 떨어져 중간에 계산을 하고 나왔다.
그런데 여기 직원들, 미안하다는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고
심지어는 그 상황에서 거스름돈을 먹어버린다.
세상에.
얘네가 웬만한 거스름돈은 자기네 팁으로 챙긴다는 건 며칠간의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에
돈을 딱 맞춰서 주려고 했지만 잔돈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그렇게 준건데.
그래도 혹시나 거스름돈을 주나 잠시 기다려봤지만 역시 부질없는 짓이었다.
사실 난 계산도 안 하고 나오려고 했다.
거의 먹지도 못했는데.
양심없는 인간들 같으니라고.
관광으로 먹고 사는 곳 맞나? 이렇게 서비스가 후져서야.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고 시계를 보니 환타지쇼 예약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서둘러 픽업을 받기로 한 반타이로 돌아갔다.
가는 김에 하겐다즈에서 셔벗을 사먹으면서. (할 건 다 한다. ^^;)

다행히 시간을 딱 맞춰 도착했더니 픽업차량이 먼저 와있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우리 말고도 3-4팀을 더 태우고 한참을 가니 환타지 쇼장에 도착.

입구부터 화려하다.
여기선 디너만 포함시켜 예약해놓고 골든시트는 예약하지 않았다.
굳이 돈 더 줘가면서 쇼를 볼 것까진 없을 것 같았다.

여긴 일종의 테마파크인데 태국의 건국신화를 주제로 만들었다고 한다.
어트랙션이 있는 건 아니고 볼거리만 몇 개 만들어놨는데
그 조명이 어찌나 화려한지.
아 어트랙션 하나 있긴 있었다.
코끼리 타기. ^^;

혜준언니는 오기 전부터 코끼리 트랙킹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끝끝내 반대했었다. 냄새도 심하다고 하고 코끼리를 조련하는 과정이 잔인하기도 하고
또 결정적으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코끼리가 있으니 혜준언니 신나한다.
난 오늘 여기 오기 전부터 두통이 좀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고
혜준언니만 400B을 지불하고 코끼리 등 위에서 그 근방을 두 바퀴 돌았다.
그동안 또 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누가 보면 사진찍으러 푸켓온줄 알겠다.
근데 난 사진찍으러 온 거 맞다. 일부러 삼각대도 샀는걸. ^^;

티켓교환소에서


코끼리궁. 이 안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레스토랑


레스토랑 간판


코끼리 트랙킹이 끝나고 코끼리 궁 맞은편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엄청 넓다. 진짜 깜짝 놀랐다.
게다가 자리도 정해져 있어서 괜히 자리잡고 하느라 신경곤두세울 일이 없어서 좋았다.
음식도 보니 허접하지 않고 괜찮다. 김치도 있다.

레스토랑 안.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넓고 높다.


자리에 앉았는데 옆에 커플티를 입은 동양인이 있다.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그런데 혜준언니가 '오늘 보는 것도 게이쇼야?'한다. -_-;;
이래서 준비를 안 하고 오면 안된다니깐.
가볍게(?) 타박을 주고나니 혜준언니 음식을 가지러 간다. (뷔페식이다)
난 가방을 맡느라 자리에 있었는데
옆에서 그 커플이 한국말로 수근대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 : #%$^%&&$%@@&&
여자 : 그럼 물어보든가.

다 들린다, 이 사람들아. -_-;;
내가 봤을땐 여자쪽이 더 궁금해하고 있는데 소심한 스타일인지 굳이 남자쪽으로 넘긴다.
뭘 물어보려나 궁금해하고 있는데
남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한국분이냐고 묻는다.
설마 그걸 물어보려고 한 건 아닐테고.
나도 인사차 신혼여행중이냐며 축하한다고 말을 전했다.
그랬더니 남자가 우물쭈물하더니 게이쇼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되냐고 묻는다.
나참 그거 물어보려고 그 뜸을 들였나.

대략 설명을 해줬는데 말로는 네 네 하지만 난감해하는 것 같아
아예 여행사 연락처와 가이드북을 보여줬다.
그리고나서도 이것저것 물어보길래 대답을 해줬더니
준비 많이 해오셨네요~ 하며 감탄한다.
....내가 그 준비하느라 사무실에서 땡땡이친 걸 알면 감탄 못 할걸;;
어쨌든 얘기를 들어보니 신행을 자유여행으로 왔는데
준비를 하나도 못 해왔단다.
짐작에 결혼준비다 뭐다 바빠서 여행은 준비를 거의 못 하고 온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준비를 못 할 것 같았으면 그냥 패키지로 오지.
패키지가 이럴때 쓰라고 있는 것 아닌가.
뭐 내가 남의 사정 자세하게 알 건 없고.
그냥 좀 안쓰러웠다.
신행을 오긴 왔는데 아는 게 별로 없어 재미있게 못 노는 듯 했으니.
스파 얘기도 하니 눈이 반짝반짝하다.
아니, 여기까지 와서 스파도 안 받아보고 갈뻔했군 이 사람들.
스파도 여행사에 예약하고 가면 좋다고 이것저것 알려주니 무척 고마워한다.
제발 그 정보 활용해서 남은 기간 알차게 보냈길 바란다.
신행와서 불만족스럽게 보내지 말고. -_-

이 디너에는 생일축하도 포함되어 있어서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손님 중 생일을 맞은 사람이 있으면
생일축하음악을 틀어주고 가벼운 이벤트와 함께 케잌을 전달해준다.
처음 한두번은 재미도 있고 이런 데서 생일축하를 받으면 그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지 하며
부러워했는데 4-5번 반복되자 슬슬 지겨워진다. -_-
사람이 몇 백명이 있으니 그 중에 생일을 맞은 사람도 한둘이 아닐 거고.
결국 그날 같은 음악을 10번은 넘게 들었다. -_-
나중엔 바로 옆 테이블에서 생일을 맞았는데 지겨워서 박수도 못 치겠더라.

그렇게 식당에서 밥 먹고 시간때우다보니 공연시간이 다 되서
다시 식당 맞은편에 있는 코끼리궁으로 들어갔다.

밥 먹고 나오니 렌즈에 습기가 찼다.


들어가니 카메라를 다 압수한다.
안에는 태국전통의상을 입은 여자들, 그리고 새끼코끼리들,
젖병을 물고 있는 새끼호랑이와 유료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놨다.
우린 코끼리들만큼은 기계나 인형같은 건줄 알았는데 진짜 살아있는 코끼리란다.
너무 얌전하게 서있어서 대답을 듣고도 한동안 믿을 수 없었다.
태국여자들하고 호랑이하고 한 컷씩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공연 끝나고 찾아가란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가 꽤 괜찮다. 골든시트 안하길 잘했다 싶다.
잠시후 공연히 시작됐는데 진짜 살아있는 큰 코끼리가 한 두 마리도 아니고 몇 십마리가 등장한다.
저 무대 하중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외에 공중그네라던가 다른 볼만한 장면이 많았다.
중간에 샴쌍둥이가 나와서 마술쇼를 했다.
미리 알고 간 정보엔 샴쌍둥이가 나온다길래 진짜 샴쌍둥이가 나오는 건가.
그렇다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맘이 아프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알고보니 진짜는 아니고 샴쌍둥이같은 가장을 하고 나온 거였다.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마술쇼는 좀 허접했고 중간에 관객 몇을 무대위로 불러내 쇼를 했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들도 다 한 패거리였다(;;)
그런 것들만 아니면 더 좋았을텐데.

공연이 끝나고 서둘러 나와 카메라와 사진을 찾고 다시 빠통으로 돌아가는 차를 탔다.
몇 백명의 사람이 한꺼번에 나와 카메라를 찾으려면 줄이 엄청 길어질 것 같아서였다.
사실 몇 백명보다 더 많아보였다. 천 명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서둘러나왔는데도 이미 빠통으로 돌아가는 차에는
우리보다 더 빠른 사람들이 먼저 타고 있었다.
대단하다. -_-

우리가 숙소로 안 가고 다시 빠통으로 간 이유는
빠통에 있는 노천바를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the port라는 바인데 평이 아주 좋았다.
낮에 돌아다닐때도 잠깐 봤는데 그때부터 우리맘에 쏙 들었다.
밤 11시쯤 도착하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미 영업을 하고 있었고 분위기 또한 좋았다.
자리에 앉아 칵테일 한잔씩을 주문하고 있으려니
무대 위로 서양인으로 구성된 밴드가 올라가 공연을 시작했다.
분위기 좋은 노래를 하고 있자니 얼마 안 가 서양인 몇 커플이 나와서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특히 무대 바로 앞에 서양인 여자 열댓명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의 호응이 장난 아니었다.
가수들도 적극 호응해주는 이 사람들이 맘에 들었는지 아주 쿵짝이 잘 맞았다.
한국인들도 몇몇 나와 춤을 췄는데 이 사람들은 본인이 나오고 싶은 거라기보단
동행들에게 떠밀려 나온 거라 추는둥 마는둥 어색하게 있더니 금방 들어가버리곤 했다.
마카레나도 불렀는데 그땐 사람들이 정말 많이 나와 똑같은 춤을 추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역시나 피나콜라다. 난 사실 미도리 사워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데선 피나콜라다가 제격~


칵테일 한 잔씩 더 마시고 한 시간쯤 있다가 뚝뚝을 타고 리조트로 돌아왔다.
흥정을 하려고 맘을 굳게 먹었는데 (푸켓에 온 이래 첫 흥정이 될 터였다)
처음부터 250B을 부르길래 그냥 타버렸다;;
지금도 250B이 적당한 가격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다. -_-

내일은 푸켓의 마지막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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