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대면서

지하철 3호선

@17茶 2010. 4. 21. 15:45

지하철 3호선에 대한 불만을 예전에도 미투나 트위터에 여러번 토로했는데
오늘 아침부로 그냥 기대를 버리고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예전에 도곡동에 살 때야 자주 탔지만
이후 분당, 죽전에서 살면서부터는
3호선은 그냥 이동시에 잠깐 타는 그런 열차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송파구에 살고 있고
집 근처에 3호선이 연장개통하면서
다시 3호선을 아침저녁으로 타고 다니게 됐다.
강북쪽으로 놀러다닐때도 마찬가지.

이 3호선이 개통되기 전까지는
8호선과 분당선을 매일 탔고
지금은 그 두 개 노선에 3호선이 추가된 것.
(출근길에만 지하철 3개 노선을 타는 이 고달픈 삶. T_T)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 개 노선이 확실하게 비교가 되는데
일단 급정거 문제가 걸린다.
스크린도어에 맞춰서 서다 보니 3호선은 매번 거의 모든 역에서 급정거를 한다.
그러나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는 8호선에서
급정거를 느낀 적은 거의 없다.
심지어 2호선에서도 별로 느낀 적이 없는 급정거가
유독 3호선에서 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 번은 강북에서 놀다가 집에 가는데
앉아가는데도 몸이 흔들릴 정도로 모든 역에서 급정거가 너무 심해서
결국 문자를 보내 항의를 했다.
(중간에 내려서 다음 열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다음 열차가 안 그러리란 법은 없어서 그건 그냥 포기.)

기관사한테 안전운전하라고 전달하겠다는 답장이 왔지만
내가 집에 도착할때까지 급정거는 계속됐다.

그리고 급정거보다 더 큰 불편은 바로 운행시각표 미준수 문제다.
개통한지 두 달이 넘었지만,
아침 출근시간에 시각표에 나와있는대로 운행한 적이 거의 없다.

2-3분씩 늦거나 빠른 건 일상다반사고
이러다보니 아침마다 지하철역까지 매번 뛰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3호선이 개통하기 전,
8호선 가락시장역까지 걸어가서 열차를 탈 때도 이런 일이야 있었지만
이렇게 심하진 않았다.
게다가 내가 제일 이해가 안 가는 건,
내가 타는 역은 출발역 바로 다음역이라는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역이면 나도 애초에 시각표에
큰 기대를 하진 않는다.)

이 역이 깊기는 또 얼마나 깊은지
내려가다가 시간 다 잡아먹고,
개찰구에 있는 정보표시판엔
열차가 17초 후에 도착한다고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도착해서 출발하려고 폼 잡고 있을 때도 많다.

어쩌다 있는 일이 아니고
매일 아침마다 이러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러나 답변이라고 올라오는 게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처럼 해명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아예 날을 잡고
몇월 몇일 몇시 몇분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해서
다시 글을 올렸다.
(물론 이때뿐만이 아니라 매번 그렇다는 것도 적었다)

그랬더니 내가 언급한 몇월 몇일 몇시 몇분에는
무슨무슨 일 때문에 늦었다고 하는 답변이 올라왔다.

아니 얘네가 한글을 못하는 것도 아닐텐데
왜 자꾸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답변을 하는 건지...
(보지 않으려고 하는 건지)

그래서 나도 그냥 포기하고 그냥 3호선을 이용했다.
더이상 실랑이 벌여봤자 나만 피곤하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로 그냥 완전히 마음을 버렸다.
그냥 시각표가 없다고 여기고 살기로 했다.
(오늘 아침은 정말 화려하게 시각표를 무시했다)

그리고 인사나 하자는 차원에서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나 그냥 마음 버리고 없는 것처럼 살기로 했다고.

그랬더니 점심때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는 평소에 안 받는데
서울에서 전화받을 게 있어서 거긴가 하고 받았더니
이런, 서울메트로였다.

그런데 일단 전화하시는 분의 발음이 분명치 않다.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리고 나랑 통화를 하면서도 주위 사람들이랑 계속 대화를 하는 통에
나와의 대화는 자꾸 끊기고 지금 하는 말이 나한테 하는 건지,
주위 사람한테 하는 건지 헷갈렸다.
양해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송화기를 막지도 않았다.
이때부터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전화하는 사람이야
자신이 해야될 일을 하는 것뿐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전화예절은 지켜야되지 않나?
그것도 불만을 제기한 사람한테 해명전화를 하는 거라면 더욱더.

그리고 이해를 해달라며 말해주는 내용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게 대화.구파발에서 오금역까지 오는 열차가
바로 다시 역방향으로 출발하는 거라며
출근길에는 사람들을 많이 태우고 하느라 오금역에 늦게 도착한단다.
그래서 역방향으로 다시 출발하는 것도 늦어지는 거란다.
뭐 예전에 수서역이 종착역이었을때는 괜찮았는데
오금역까지 연장이 되면서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됐다며 양해를 해달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애초에 오금역까지 연장을 했다면
연장으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해결해놓고 개통해야 되는 거 아닌가?

게다가 뚜렷한 해결책을 갖고 있어서 그걸 나한테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자꾸 오금역 연장개통만 운운하면서 이해를 해달라고만 한다.
'그럼 전 앞으로도 계속 아침마다 뛰어서 열차를 타야겠네요'라고 하니까
그냥 난처한 듯 웃는다.
'언제쯤 개선이 되나요?' 했더니 딴 얘기만 한다.

물론 이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서울메트로가 문제인 거지.

하지만 이런 내용으로 전화를 할거면
아예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왜 전화로 한 얘기를 게시판엔 안 올리는 걸까?
여태껏 게시판에 올라온 답변은 나랑 통화한 내용이 아니었다.
공개적으로 올릴 수 없어서 그랬나?

사실 예전에도 전화가 왔었다.
2-3일에 걸쳐 총 10번의 전화가 왔지만
일부러 안 받았다.

이것도 황당한 게 1-2번 전화했는데 안 받으면
그냥 게시판에 답을 올리면 되지,
2-3일에 걸친 10번의 전화는 엄청난 민폐다.
내가 그 전화를 꼭 받아야 하는 의무도 없고
전화로밖에 말할 수 없는 개인정보가 담겨져있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게시판상에서 말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나도 게시판에 글을 올린 거고
게시판에 답을 올려주길 기대한 것이다.

뭐 얼마나 비밀스런 문제길래
그렇게 10번씩이나 전화해서 설명하려고 했는지...

오늘에서야 궁금증이 풀렸고
일단 나랑 통화를 했으니
좀있다 게시판에 답이 올라오긴 할텐데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직접적인 답은 회피한 채 두리뭉실 얘기할건지,
아님 아까 통화한 내용을 공개할건지
사뭇 기대가 된다.


p.s.
급정거에 대해서도 예전에 게시판에 답을 올렸는데
돌려서 얘기하긴 했지만
요지는 결국 기관사의 운전미숙이라는 얘기였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된게 언제적 얘긴데
아직도 운전미숙이라는 변명이 통하나?
그리고 그렇게 따진다면 유독 3호선 기관사들만 운전미숙이란 얘긴가?
이해불가능. -_-

p.p.s.
그리고 난 3호선이 없었던 두 달 전처럼
웬만하면 가락시장역까지 걸어가서
거기서부터 지하철을 이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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