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구레

가위. 보안검색.

@17茶 2022. 1. 30. 13:37

2013년 5월에 핀란드에서 놀다가 바르셀로나로 가려던 날.
핀란드에서 샀던 피스카스 무민 가위. (그땐 피스카스가 뭔지도 모르고)
포장 뜯지도 않은 채로 완전 까먹고 에코백에 넣은 채 출국하려다가 보안검색에 걸렸던 일.
친구는 이미 보안검색에 통과해서 건너편에서 날 기다리고 있고.
보안요원이 가위를 버릴지 말지 물어봤는데 도저히 버릴 수가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더니 그렇다면 수하물로 부치고 오라고 날 돌려보냈다.
카운터로 가서 (그나마 아는 영어단어도 모조리 까먹고) 당황한 표정으로 가위만 들어보였더니 눈치빠른 직원이 바로 이해하고 처리해줬음.
가위만 달랑 보내는 건 불가능하니 니 에코백을 수하물로 부치자 해서 급하게 여권과 폰, 지갑만 꺼내고 에코백을 건넸더니 가위를 넣고 둘둘 말아서 부쳐줬다. 다행히 지퍼가 있는 가방이었고.
그리고 다시 보안검색 통과하고 마침내 무사히 면세구역으로 들어갔었지. 그렇게 파우치 하나 없이 맨몸으로 나간 건 난생 처음이었다. 먼저 부친 트렁크보다는 부피가 월등히 작은 거라 혹시나 분실될 가능성이 높아 바르셀로나공항에서 그 가방과 다시 재회할 때까지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
그 순간부터 안면트러블 생기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그 트러블의 원인을 알 수가 없음.
헬싱키에서부터 시작된 트러블이 하필 그때 발현된 건지, 아니면 너무나 당황당황해서 발현된 건지.

그때 가져온 가위는 엄마가 소중히 잘 쓰고 계심.


덧1.
친구가 이런 휴대용 가위를 사줘서 여행 다닐 때마다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음. 이걸 휴대하고 기내에 탑승해도 될지 몰라서 매번 트렁크 앞주머니에 넣어서 수하물로 보내고 나중에 공항에서 가방 찾자마자 가위 꺼내서 수하물 태그 잘라버림. 그 외에도 여행시에 여러모로 편리한 도구. 근데 이거 기내 휴대 안되나욤?


덧2.
쓰다보니 또다른 추억이 떠올랐는데,
눈치빠르고 경험 많은 직원이 얼마나 소중한 인적자원인가 하는 것.
2002년인가 2003년, 도쿄에서 서울로 올 때 일본 공항에서 수속을 밟는데 (아마도 나리타로 추정) 젊은 직원이 뭐라뭐라 한참을 얘기하는 걸, 생소한 한자어에 장문의 문장이다 보니 내 귀와 뇌가 더이상 받아들이지를 못 함.
몇 번을 되묻다가 급기야는 한국어 하는 직원을 찾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정말 그쪽이나 나나 서로 진땀) 중년의 직원이 와서 상황을 묻더니 아주 쉬운 일본어로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한 번에 알아들었고 핵심 단어는 아직까지 안 잊어버리고 있을 정도. 그 젊은 직원이 나에게 그토록 장황하고 간절하게 전하고자 했던 말은 바로…’니 가방의 무게가 규정을 초과해서 위탁수하물로 부쳐야 한다’라는 것이었음을…
아마 규정을 들먹이며 일본어 특유의 현란한 문장으로 나에게 알려주려 한 것으로 짐작…그러나 경험이 많은 베테랑 직원은 외국인 상대로는 예의, 어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겠지.
내 생각에 그 젊은 직원은 아마 그 순간 깨달음을 얻었을 듯. 그렇게 경험치 1 습득.
물론 내가 일본어를 잘했다면 애초에 해결이 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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