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퍼시픽 탱고 오케스트라 콘서트 2015

@17茶 2015. 4. 22. 23:23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공연.

초대권 관객 비중이 높으면 언제나 그렇듯.

1.
티켓박스에 의외로 줄이 엄청 길어서 깜놀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건 초대권 줄이었고 예매 줄은 텅텅.
초대권 줄이 좀처럼 줄지 않아 좀 늦게 시작할 거라 대충 짐작은 했지만 공연을 20분이나 늦게 시작할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 시간 내내 아무런 안내방송을 하지 않아 더 불쾌했다.
화장실도 못 가고 제시간에 착석한 나만 바보됐음.
수백명이 들어가는 공연도 진행알림을 착실히 하는데 이런 소규모 공연장에서 그런 멘트 하나 안하다니.
우리는 공연시간에 늦을까봐 편의점에서 소시지 하나 사서 때우고 들어갔단 말이다.
게다가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온 사람은 왜 이리 많으며 모자 벗으라고 주의를 주는 직원도 없고.
또 분명 프로그램에 명시가 되어 있는 게스트들이 어떤 사정으로든 불참을 하게 됐다면 로비에라도 잘 보이게 안내문을 붙여놔야 하는 건 당연지사 아닌가.
그 어느 곳에서도 그런 안내문을 보지 못했고 이런 사실을 2부 시작할 때 공연자로부터 들었는데 동호회 공연도 아니고 정식공연에서 유료관객을 받는데 이런 무례함이라니.


2.
연주실력에는 코멘트를 하지 않겠다.
내가 감히 그런 평가를 할 주제도 못 되고.
이런 연주자들에게 항상 감사해하며 듣고 있는데.
(근데 왠지 합주를 많이 못해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음)

그러나 공연진행엔 문제가 많았는데,
이런 얘기는 좀 그렇지만 유정연씨의 진행스타일.
벨로주 같은 데서는 그런 친근하면서도 즉흥적인 멘트나 진행이 어울릴 수 있어도 백암아트홀 같은 전문공연장에서는 재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 초대권으로 온 관객이나 아는 사람들 앞에서 하는 공연이라면 된다.
그러나 유료관객이 있는 전문공연장에서는 안될 말이다.
철저히 준비가 된 공연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심지어 대놓고 '저 분들은 최근에 결혼하느라 연습을 많이 못했으니 잘 못 해도 봐달라'라니.
이게 무슨 동호회 회원들끼리 하는 장기자랑도 아니고.
무대 위의 생동감을 보여주려는 취지였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완벽하게 주저함없이 해야 좋아보이는 거지 이렇게 해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면만 부각될 뿐.
무대 위 멘트나 진행에 대해서 좀 다른 시각이 필요할 것 같다, 이분에게는.
(그리고 적재적소에서 멘트를 하는 것도 공부하셔야 할 것 같고)

서로 니가 멘트를 해라 마라, 마이크를 주니 마니, 가운데로 나와라 안 나간다 이런 무대 위 실랑이들이 결코 예뻐보이지 않고 허술함만 부각시켰다.


3.
재작년 광진구에서 했던 탱고페스티벌인가? 거기 갔을 때도 대실망했는데 오늘도 그때의 기억이 스물스물 떠올라 영 심기가 불편했음.
그때는 심지어 초대권 관객 중 자전거 타다가 쫄쫄이 차림으로 중간에 들락날락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공연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는데 오늘은 의상만 차려입었을뿐 관람수준은 전혀 다르지 않았다. 동영상촬영에, 모자쓰고 감상하고, 앞에선 연주 중인데 객석에선 카톡질.
아무리 인터미션이라지만 동영상이니 음악을 감상할 땐 이어폰을 사용해야 하는 거 아니오? 자기 집도 아니고.
그래서 얻은 결론은 연주자나 레파토리가 아무리 좋아도 딱 봐서 초대권 관객의 비율이 높아보이는 공연이면 절대 가지 않겠다는 교훈을 얻은 것일까.


4.
초반에 그렇게 초대권 관객의 높은 비율과 불친절한 늑장시작을 겪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어서 1부는 내내 삐딱하게 보고 있었는데 그나마 2부에서 집중도가 좀 높아져서 다행이었다. 특히 아디오스 노니노는 작년 4월에 벨로주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곡으로 연주했는데 딱 1년 후에 같은 밴드가 연주하는 아디오스 노니노를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고나 할까.

공연 끝나고 나갈 때는 여기저기서 1부보다 2부가 더 좋았다는 감상평이 들려오던데 이 아디오스 노니노가 한몫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5.
다음달에 갈 재즈페스티벌 때는 훨씬 나은 분위기에서 감상할 수 있을 거라 기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