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졸면서 영화 본 댓가.

@17茶 2015. 4. 13. 20:38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2012)

Tinker Tailor Soldier Spy 
7.5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출연
게리 올드만, 콜린 퍼스, 톰 하디, 베네딕트 컴버배치, 존 허트
정보
스릴러, 미스터리 | 프랑스, 영국, 독일 | 127 분 | 2012-02-09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영화라 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봤는데
집에서 본 터라 집중을 할 수 없어 졸면서 봤다.
그냥 틀어놓고 잤다가 끝날 때 깼다고 해야 할 수준.

난 이런 수준높은 영화와 궁합이 안 맞나보군 하며 DVD를 반납하고 잊고 있었는데
내 트위터 타임라인에 자꾸 빌 헤이든과 짐 프리도의 커플링에 관한 글이 올라오니
으잉? 영화상에서 친구라 하지 않았었나? 그냥 덕후언니들의 커플링 놀이겠지 하고 무시하길 여러 차례.



(이게 처음으로 의구심을 가진 시초의 문장이었음;)


저 글이 그냥 개인의 블로그 글이나 트윗이었으면 가뿐하게 무시했을텐데
그래도 영화매체에서 쓴 글이라 신경쓰이긴 했었음.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일본판 DVD에서 감독의 코멘터리를 캡춰한 게 트위터에 올라왔는데
공식적으로 둘의 관계에 대해 인정을 하는 자막!

아악 더이상 버틸 수 없어서 영화를 다시 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처음에 영화를 워낙 졸면서 봤기 때문에 중간중간 본 장면도
무슨 의미인지 그땐 이해하지 못 했는데
이래놓고 내가 본 영화목록에 이 영화를 끼워넣는 것도 내 성격상 용납이 안됐고.
뭐 언젠간 다시 봐야지 하고는 있었다.
그런데 내가 납득하지 못 하는 설정이 있다고 하니 빨리 보고 해치워버리자 하는 생각에
주말에 DVD를 다시 빌려서 봤다.
이번엔 무릎꿇고 정자세로.

보기 전에 그 당시 영국이나 냉전시대의 정세를 수박겉핥기식로나마 공부 좀 했고,
캐릭터 설정도 사전에 정독을 했다.
원래 난 스포일러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짓 잘 안 하고
가능하면 영화 예고편도 잘 안 보고 극장 가는 스타일이라 좀 찜찜하긴 했는데
이번 목적은 어쨌든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내가 납득을 해야 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뒀기 때문에
사전 공부는 필수였음.

이래놓고 영화를 보니 이 영화가 얼마나 섬세한 작품이었는지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보면 볼수록 곱씹게 되는 영화나 책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가 그런 쪽이었다.
이런 영화를 왜 처음부터 알지 못 해서 블루레이를 살 수 없게 됐는지 정말 통탄할 일이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빌 헤이든과 짐 프리도의 관계;;
빌이 짐의 집에서 사진을 숨기는 장면은 두번째 관람 때 처음 봤다;;
난 사실 빌이 헝가리 대사관에 화를 내는 장면도 처음에는 그냥 친구라니까 동료라니까 그런가 보다 하면서 봤고;;
크리스마스 파티 때 서로 웃는 장면도 그냥 눈이 마주쳐서 그랬나 보다 하고 봤었다;;;
(얼마나 대충 봤는지 절실히 느껴진다;)
두번째 보니 이 모든 게 얼마나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던지.
제가 바보입니다.

그래도 두 번 다 동일하게 느꼈던 건
짐이 빌을 죽인 건 실망과 배신감에 덧붙여
차라리 그를 해방시켜준 것이다 라는 것.

뭐 그랬다.

그리고 스파이들도 결국 샐러리맨이라는 것도.

이거 속편 왜 안 나와.


덧.
책을 볼 생각까진 안 드는 게
원작의 캐릭터 묘사를 보면 영화에서 느꼈던 인상이 많이 깨질까봐 차마 못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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